교육학습

키 큰 학생이 공부도 잘한다.

hydrolee 2025. 5. 24.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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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적인 ‘키’와 학업 성취도의 상관관계라니—처음 들으면 고개가 갸우뚱해질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미국의 한 연구에서 실제로 **“키가 큰 학생일수록 수학과 영어 성적이 더 좋다”**는 흥미로운 통계적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 연구는 단순한 우연이나 편견이 아닌, 50만 명의 뉴욕 공립학교 학생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된 결과이며, 학계에서도 권위 있는 저널인 Economics and Human Biology에 게재되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이 글에서는 해당 연구의 내용과 그 속에 숨은 사회적, 심리적, 교육학적 함의를 다양한 각도에서 탐색해보겠습니다.


📌 연구 개요: “키 큰 학생 = 공부도 잘한다?”

2024년 5월 18일, 미국 IT 매체 *기가진(Gizagine)*은 세인트앤셀름대학 연구팀의 대규모 교육 데이터 분석 결과를 보도했습니다. 연구팀은 뉴욕시 공립학교에 재학 중인 약 50만 명의 학생의 수학 및 영어 성적, 신장 데이터 등을 바탕으로 통계적 상관관계를 도출했는데요, 주요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 남학생의 경우: 키가 표준편차 1만큼 클 때, 수학 성적은 3%, 영어 성적은 3.9% 상승
  • 여학생의 경우: 같은 조건에서 수학 3.4%, 영어 4% 상승
  • 키가 가장 큰 상위 2.5%의 학생들은, 가장 작은 하위 2.5%의 학생들에 비해 영어 성적이 18~19% 더 높음

무엇보다 흥미로운 점은 절대적인 키뿐만 아니라, **‘같은 학년 내 상대적인 키’**가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다시 말해, 전반적인 평균보다 키가 조금만 커도 그만큼 학업 성과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 이 현상의 원인은 무엇일까?

이러한 결과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면, 과연 키와 성적 간의 연관성은 어디서 비롯되는 것일까요? 연구진은 다음과 같은 심리적·사회적 요인을 주된 해석으로 제시합니다.

1. 사회적 자본으로서의 키

같은 학년에서 키가 크다는 것은 곧 또래 집단 내에서 상대적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위치를 의미합니다. 초등학교나 중학교 시절을 떠올려보면, 키가 크고 체격이 좋은 아이는 종종 리더 역할을 맡거나 주목받기 쉽습니다. 이러한 사회적 인지도와 자신감이 학업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죠.

2. 자기효능감(Self-efficacy)의 차이

키가 큰 학생은 교사나 또래 친구들로부터 더 높은 기대나 긍정적 피드백을 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러한 환경은 학생 본인의 자기효능감, 즉 ‘내가 잘할 수 있다’는 믿음을 형성하게 만들고, 이는 결국 실제 학업 성취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3. 인지능력 및 발달 속도와의 연관성

한편 일부 학자들은 키가 신체적인 발달의 지표일 뿐 아니라 인지 발달의 지표일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합니다. 실제로 유년기 영양상태가 좋고 신체 발달이 빠른 아이들이 언어 능력이나 수리 능력 발달도 빠르다는 연구 결과가 존재합니다.


⚖️ BMI(비만도지수) 통제 이후 효과는 더 강력해졌다?

연구진은 또 하나의 변수를 통제했습니다. 바로 **‘비만 여부’**입니다. 키가 크다고 해서 모두 건강한 것은 아니고, 키가 작다고 해서 모두 체력적으로 불리한 것도 아니기에, 신장과 체중의 조합이 주는 혼합 효과를 제거하기 위해 BMI를 통제했죠.

 

놀랍게도, BMI를 통제한 이후에도, 신장과 성적 간의 상관관계는 오히려 더 강화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건강한 아이가 성적이 좋다’는 통념보다는, 사회적·인지적 요인들이 신장의 학업 성취 영향력에 더 크게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 이 연구가 던지는 교육학적 시사점

이 연구는 교육계에 다소 민감하면서도 의미 있는 화두를 던집니다. 바로 “성적은 신체적 특성과 무관해야 한다”는 전제에 대한 도전입니다. 이 전제가 교육정책의 기초로 깔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여러 요인이 얽히고설킨 결과로 ‘비의도적 불평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 첫째, 조기 교육 개입의 필요성

키가 작은 아동, 특히 학년 내에서 상대적으로 왜소한 학생들은 무의식적으로 낮은 기대와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초기 학업 자존감이 손상되면 이후 장기적으로 회복이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조기 개입과 긍정적 피드백, 맞춤형 동기 부여는 매우 중요합니다.

✔️ 둘째, 교사의 인지 편향 주의

교사 역시 인간입니다. 교실 내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무의식적 기대효과(Pygmalion effect)**는 성적에 실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교사 훈련 과정에서, 무의식적 편향을 줄이기 위한 교육 심리학적 훈련이 필요합니다.

✔️ 셋째, 신체적 다양성 존중하는 교육 환경

이번 연구는 ‘키’라는 변수를 통해 나타났지만, 이는 곧 외모, 체형, 언어 습관, 성격 등 다양한 차원에서도 유사한 효과가 나타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공교육 시스템은 성적뿐 아니라 학생 개개인의 다양성과 잠재력을 존중하고, 이를 성장시킬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해야 한다는 교훈을 줍니다.


🌍 다른 나라의 연구와 비교해보기

비슷한 주제의 연구는 미국 외에도 여러 국가에서 진행된 바 있습니다.

  • 영국 브리스톨대학의 한 연구에서는, 어릴 적 키가 컸던 학생이 성인이 되었을 때 더 높은 임금을 받을 확률이 높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학은 키가 클수록 리더십 성향과 조직 내 신뢰 수준이 높게 나타났다고 보고했습니다.

이처럼 키라는 물리적 특성이 단순한 신체적 특징을 넘어 사회적, 심리적 구조에 깊숙이 개입한다는 점은 전 세계적으로 일관되게 나타나는 경향입니다.


✨ 결론: "키가 전부는 아니지만, 생각보다 많은 것을 말해준다"

결국 이 연구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간단합니다. 키가 높다고 해서 자동으로 공부를 잘하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키가 학업 성취도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사회적 기제들을 반영하는 지표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결과를 기정사실화하여 키가 작은 학생들을 저평가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이 연구는 교육 현장에서 무심코 발생할 수 있는 편견과 기대의 함정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를 제공해줍니다.

 

키든 외모든 환경이든—그 어떤 특성도 아이의 가능성을 제한하지 않도록, 우리가 더 깊은 이해와 포용을 갖는 사회가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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