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싱크홀의 원인으로 하수관을 크게 부각시키는 이유가 뭘까?

hydrolee 2025. 4. 16.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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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명일동의 싱크홀로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부상을 입는 등 사회적으로 큰 관심과 염려를 낳고 있습니다. 그리고 연일 이와 비슷한 크고 작은 싱크홀 사건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보도되는 대부분의 싱크홀의 규모는 상당히 작은 것입니다. 깊이도 깊지 않고 조그만 구멍 정도인 것이 대부분입니다. 물론 조심은 해야겠지만 큰 사고로 이어지기에는 소규모 정도도 여겨집니다. 원래 큰 사건이 한번 나면 그 분야에 대한 관심이 일정 기간 집중되는 것을 자연스러운 일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특이한 현상을 하나 발견합니다. 싱크홀을 보도하면서 대부분의 원인이 노후화된 하수관이므로 이에 대한 대책과 교체를 주문하는 것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러한 내용은 사실을 왜곡할 우려가 있어 보입니다.

싱크홀에 대한 중앙일보 기사

 

우리나라에서 하수관은 용도, 직경, 하수종류(오수, 우수, 합류), 지형, 동결심도, 도로조건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보통 1.5~3 미터 심도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들 상당수는 설치한 지 30년이 넘긴 것이어서 노후화되었고 누수와 부식이 있는 것도 많다고 합니다.  이런 하수관에 결함이 발생하여 누수가 발생하면 아래로 흘러내린 물이 주변의 연약한 토양을 씻겨내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빈 공간이 성장하고 지반이 약해져 상부에서 하중이 가해지면 싱크홀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하수관 혹은 상수관의 누수가 원인이 되어 발생하는 건수는 전체 싱크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개별 싱크홀의 규모는 아주 작습니다. 즉 이런 누수원인으로는 커보았자 깊이 1~2미터 정도이고 지상의 규모은 작습니다. 흔히 아스팔트나 콘크리트 도로에 나타나는 포트홀(동결 차이, 교통 하중 등이 원인) 보다 조금 더 큰 정도의 규모가 대부분입니다.

 

포트홀, 오토트리뷴

 

실제로 인명사고와 재산상 피해를 유발하는 싱크홀은 이런 하수관, 우수관 누수와는 크게 관련이 없습니다. 전혀 없다고는 할수 없고 복합적인 원인으로 발생할 수는 있지만 이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기에는 상당히 개연성이 떨어집니다. 실제로 규모가 큰 싱크홀 사고는 대부분 지하공사(주로 터널)의 부실한 시공과 관리에 따른 것이 많습니다. 이런 사고는 탐지심도가 낮고 교란이 많은 GPR(지표투과레이더) 탐사로 찾기도 힘듭니다. 이런 사고가 노후 우수관, 하수관 교체로 예방하는 것은 실효성이 적을 것입니다. 이런 노후된 하수관은 환경보전 차원에서 반드시 별도로 이루어져야 하는 사업이지만 싱크홀에 대한 대책으로는 뭔가 이상합니다.

 

사고가 나서 문제가 되는 큰 사고는 규모를 가리지 않고 헤아리는 전체 싱크홀 사건의 극히 일부입니다. 지하 터널 시공을 하는 업체들 입장에서는 그런 사고가 어쩌다가 한 번씩 발생하므로 시공 전에 조사를 많이 하거나 혹은 시공 중에 모니터링을 강력하게 하거나 또는 하는 와중에 이상 징후를 보이더라도 그에 대한 적극적 대책을 세우지는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공사비 증가는 물론 공기 연장에 따른 손해가 막심할 것이므로 이상 징후를 무시하거나 요행을 바라고(예를 들어 확률적으로는 99번 부주의나 무시에도 불구하고 실제 사고는 1번 이내로 발생) 그냥 공사를 강행해 버립니다.

 

어쩌다 한번 사고가 나면 그들 입장에서는 인명사고만 아니면 혹은 인명사고라고 하여도 보험금으로 충당하면 금전적 손해는 별로 없을 것입니다. 현장책임자는 형사상 책임을 면할 수 없더라도 회사 자체는 큰 타격이 없을 것이고 이런 큰 사고가 정말로 자주 일어나는 것이 아니니 말입니다. 물론 최근에 와서 도심지 지하화가 심해지면서 싱크홀의 발생 빈도가 높아지고 대형화하는 추세라 이에 대한 시민들의 두려움이 증가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러나 지하(터널 등)와 관련된 공사로 인한 대형 싱크홀을 노후화된 하수관의 문제로 연결하고 부각시키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보입니다. 오히려 터널 등의 공사 시 정밀한 지질조사, 엄격한 지하수 모니터링, 이상 징후시 강력한 보강조치를 강제하는 방향으로 가야지 상수도, 하수관 문제로 몰고 가는 것은 제대로 된 해결책이라고 보기 힘들 것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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