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학습

초등학교는 돈이 남아돌고 대학교는 고사 직전

hydrolee 2026. 6. 19.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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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미래 경쟁력의 발목을 잡고 있는 가장 심각한 제도적 모순 중 하나인 '교육 예산의 극단적 양극화' 문제를 심층적으로 분석해 보려고 합니다.

 

최근 언론을 통해 "초·중·고 투자는 OECD 최고 수준이지만(세계 2위), 대학은 찬밥 신세"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학령인구 급감이라는 거대한 파도가 밀려오고 있음에도, 우리의 교육 재정은 수십 년 전 과거의 틀에 갇혀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왜 이런 기형적인 구조가 만들어졌는지, 현장의 위기는 얼마나 심각한지, 그리고 왜 지금 예산 재조정이 국가적 생존 과제인지 낱낱이 파헤쳐 보겠습니다.

1. 통계가 말하는 기현상: "초등학생보다 돈 못 쓰는 대학생"

일반적으로 교육 단계가 올라갈수록 실험·실습 장비, 고도화된 연구 인프라, 석·박사급 인력 인건비 등으로 인해 학생 1인당 들어가는 비용이 많아지는 것이 정상입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OECD 선진국들은 초·중·고등학교보다 대학교(고등교육)에 훨씬 많은 예산을 투입합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이 상식이 정반대로 뒤집힌 유일무이한 나라입니다.

  • 초·중·고교의 '예산 풍년': 우리나라의 초·중·고 학생 1인당 공공교육비는 OECD 평균을 훨씬 상회하며 매년 최상위권을 다투고 있습니다. 교실마다 최첨단 태블릿이 보급되고, 교육청마다 쓸 곳을 찾지 못해 쌓아둔 기금만 수조 원에 달한다는 뉴스, 한 번쯤 보셨을 겁니다.
  • 대학교의 '고사 위기': 반면 대학교육에 대한 정부 투자는 OECD 평균의 70~80% 수준에 불과합니다. 심지어 한국교육개발원 등의 통계를 보면, 대학생 1인당 교육비가 초·중·고등학생 1인당 교육비보다 적어지는 역전 현상까지 고착화되었습니다.

미래 첨단 기술을 선도해야 할 대학생들이 고등학생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서 공부하고 있는 것이 지금 대한민국의 서글픈 현실입니다.

2. 왜 이런 문제가 생겼을까?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덫

이 모든 모순의 출발점은 1972년에 도입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법'에 있습니다.

 

이 제도는 국가 내국세 총액의 일정 비율(현재 20.79%)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초·중·고 교육을 담당하는 시·도 교육청에 강제로 배정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70~80년대처럼 아이들이 넘쳐나고 학교를 계속 지어야 했던 시절에는 교육 기회를 넓히는 일등 공신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인구가 소멸해 가는 나라입니다. 학생 수는 매년 수십만 명씩 줄어드는데, 국가 경제 규모(내국세)가 커지다 보니 초·중·고교로 가는 돈은 학생 수와 상관없이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돈의 배달 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것입니다.

 

반면, 대학(고등교육)은 이 교부금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합니다. 일반 회계와 정원 규제, 그리고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어온 '등록금 동결 정책'에 손발이 묶여 자금 조달의 통로가 완전히 막혀버렸습니다.

3. 현장의 목소리: 지방 대학 소멸과 국가 경쟁력 저하

재정 엇박자의 피해는 고스란히 교육 현장과 미래 세대에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 실험실 문 닫는 대학들: 등록금은 묶여 있고 정부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대학들은 가장 먼저 인건비와 시설 투자비를 줄이고 있습니다. 노후화된 실험 장비는 교체되지 못하고, 연구실의 불은 하나둘 꺼져갑니다. 교수의 초빙은 정체되고 대학의 연구 역량은 하락세입니다.
  • 지방대 소멸과 지역 붕괴: 특히 재정 기반이 취약한 지방 대학들의 위기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신입생 미달로 고사 직전에 몰린 대학들이 늘어나면서, 이는 단순히 교육의 문제를 넘어 '지역 경제 붕괴'와 '지방 소멸'로 직결되고 있습니다.
  • 글로벌 인재 전쟁에서의 패배: 미국, 중국, 유럽 등 주요국들은 AI, 반도체, 양자 컴퓨터 등 미래 패권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대학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는 대학에 줄 돈이 없어 손을 놓고 있으니, 글로벌 인재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수순입니다.

4. 예산 재조정, 어떻게 해야 하나?

결국 해결책은 하나뿐입니다. 초·중·고교에만 꽉 막혀 있는 교육 재정의 '칸막이'를 허물고, 필요한 곳에 돈이 흐르도록 예산 대전환(재배치)을 단행해야 합니다.

  1. 교부금 산정 방식의 근본적 개편: 내국세에 기계적으로 연동되는 현행 방식을 '실제 학령인구 변화'와 '교육 수요'를 반영하는 방식으로 법을 개정해야 합니다.
  2. 고등교육 재정의 안정적 확보: 정부가 임시방편으로 마련한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를 대폭 확대하거나, 대학 교육만을 위한 안정적인 고등교육교부금 제도를 신설해야 합니다.
  3. 사회적 합의와 이기주의 극복: 예산이 줄어들 것을 우려하는 초·중·고 교육계(시도교육청 및 교원단체)의 반발을 넘어, 유아부터 대학까지 전 생애 교육 생태계를 균형 있게 살린다는 대승적 차원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합니다.

나무의 뿌리만 가꾸고 줄기를 방치할 순 없다

초·중·고 교육이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단단한 뿌리'라면, 대학 교육은 글로벌 시장에서 열매를 맺는 '무성한 가지와 줄기'입니다. 아무리 뿌리에 물을 과하게 준들, 줄기가 썩고 가지가 부러진 나무는 결코 열매를 맺을 수 없습니다.

 

학생이 없어 교실이 텅텅 비어가는 초·중·고교에는 돈이 넘쳐나고, 세계적인 천재들과 싸워야 할 대학 연구실은 돈이 없어 난방비를 걱정하는 이 비정상적인 구조를 이제는 끝내야 합니다.

 

정부와 국회가 기득권의 눈치를 보지 말고, 오직 대한민국의 '미래 생존'만을 바라보며 과감한 교육재정 개혁에 속도를 내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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