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촉발지진 형사 재판 1심 무죄 선고, 그 의미와 남겨진 과제
2017년 11월 15일, 경북 포항시 흥해읍을 흔들었던 규모 5.4의 지진을 다들 기억하실 겁니다. 수많은 시민이 큰 불안과 재산 피해를 겪었던 '포항 촉발지진'과 관련해 오늘 의미 있는 법원 판결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바로 지열발전소 관계자 및 학계 연구원 등에 대한 형사 재판 1심에서 피고인 전원에게 '무죄'가 선고되었다는 소식입니다. 자세한 소식과 함께, 이번 판결이 가지는 의미를 짚어보겠습니다.
1심 법원의 판단: "인과관계 인정 어려워"
이번 재판은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가 정부 합동조사단의 결과를 바탕으로, 지열발전소 관계자 및 지질 자원 전문가, 대학교수 등 5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고소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오늘(23일) 대구지법 포항지원 형사1부는 피고인 5명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 지진의 원인 자체는 인정: 재판부는 정부조사연구단의 결과를 바탕으로 이번 지진이 단순 자연지진이 아니라, 지열발전 사업 중 수행된 수리자극(물 주입 등)의 영향으로 발생한 '촉발지진'임은 인정했습니다.
- 형사적 과실은 부정: 그러나 감사원 지적 사항이나 지진 위치 분석, 물 주입량 대비 지진 규모 분석 등을 종합해 볼 때, "피고인들에게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형사상 과실과 지진 발생 간의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학술적·기술적으로 지열발전 행위가 지진을 촉발했다는 인과관계는 성립할지 몰라도, 연구진이나 사업 관계자들에게 형사 처벌을 물을 만한 법적 과실(주의의무 위반)은 없었다고 본 것입니다.
민사 소송과 형사 소송의 온도 차이
많은 분이 "지진 원인이 맞다는데 왜 무죄일까?" 하고 의아해하실 수 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과 형사상 과실 책임의 기준 차이입니다.
- 민사 소송 (위자료/손해배상): 2023년 11월 1심에서는 "지열발전에 의한 인공지진임이 확인되었고 피해가 인정된다"며 시민 1인당 200만~300만 원의 위자료 지급 판결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2025년 5월 항소심(2심)에서는 국가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원고 기각 판결을 내린 바 있습니다.
- 형사 소송 (업무상과실치사): 형사 재판은 개인의 징역이나 벌금 등 강력한 처벌이 따르기 때문에, '예견 가능성'과 '주의의무 위반'을 엄격하게 입증해야 합니다. 법원은 당시 기술적 한계나 연구 과정상 피고인들이 지진 발생을 예견하고 막을 수 있었던 과실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본 것입니다.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 대법원 최종 판단은?
이번 형사 재판의 무죄 선고는 현재 대법원 상고심에 올라가 있는 민사 손해배상(위자료) 청구 소송에도 일정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하수 및 지질 환경을 다루는 연구자로서, 그리고 땅속의 미세한 변화가 인류 삶에 미치는 영향을 고민하는 한 사람으로서 이번 판결은 많은 생각을 선사합니다. 대심도 지열발전이나 CO2 지중저장 등 지하 공간을 활용하는 에너지·환경 기술에 있어, '안전성 평가의 기준'과 '위험 관리의 법적 책무'를 어디까지 설정해야 하는가에 대한 거대한 화두를 던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포항 시민분들의 상처가 하루빨리 완전하게 치유되길 바라며, 향후 대법원의 최종 판단과 학계의 기술적 보완 논의도 지속해서 주목해 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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