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인공강우: 산불 진화의 대안이 될 수 없나?

hydrolee 2025. 3. 28.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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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부족과 산불 위험이 높아지는 기후 위기 시대, 인공강우 기술은 재난 대응의 중요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최근 경상권을 중심으로 발생한 대형 산불은 60여 명의 사상자를 내며 역대 최악의 산불로 기록되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하늘에서 비를 내려 화재를 억제하고 확산을 막는 ‘인공강우’ 기술이 언론과 사회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기술 수준과 기상 조건은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인공강우란 무엇인가?

인공강우(人工降雨, artificial rainfall)는 자연 구름을 인위적으로 자극해 비를 내리게 하는 기상 조작 기술입니다. 주로 항공기를 이용해 구름 속에 염화칼슘, 요오드화은 같은 흡습성 화학물질을 살포함으로써 수증기를 응결시켜 물방울을 형성하고, 이 물방울이 비로 떨어지도록 유도합니다. 즉, 비구름이 될 수 있는 자연 구름이 존재할 때만 가능한 기술입니다.

인공강우

 

우리나라에서는 ‘나라호’라는 항공기가 이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 항공기는 인공강우 실험뿐 아니라 미세먼지 및 온실가스 관측 임무도 함께 수행하고 있어, 인공강우 전문 비행기로서의 전용성이나 효율성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최근 산불과 인공강우 기술의 한계

2025년 3월 발생한 대형 산불은 건조한 기후와 부족한 강수량, 그리고 강한 바람이라는 악조건 속에서 빠르게 확산되었습니다. 27일 경북 일부 지역에 소량의 강수가 있었으나, 대부분 1mm 내외에 불과했고, 의성군에는 단 10분간 굵은 빗방울이 관측되었을 뿐입니다.

 

이처럼 비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인공적으로 강우를 유도해도 산불을 완전히 진압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입니다. 다만, 제한적이지만 불길의 확산을 막거나 연기와 열기로부터 진화 인력을 보호하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국립기상과학원은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총 110회의 인공증우 실험을 진행했고, 2023년에는 86%의 성공률과 최대 4.5mm의 인공강우를 관측했습니다. 이는 기술적으로 일정 부분 진전이 있었음을 보여주지만, 산불 현장에서 실전 투입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 [표 1] 국내 인공강우 실험 현황 (국립기상과학원, 2018~2023)

구분                      실험 횟수              성공률             최대 증우량                비고 
2018 15회 53% 1.2mm 초기 단계 실험
2019 17회 60% 2.0mm 방법론 다양화 시도
2020 18회 72% 3.1mm 여름철 효과 증대
2021 21회 78% 3.8mm 장비 개량 적용 시작
2022 19회 81% 4.2mm 항공기 1대 운영 지속
2023 20회 86% 4.5mm 실용화 가능성 탐색 중

💡 해설: 성공률은 증가 추세이나, 실질적인 강수량은 산불 진압 수준에 미치지 못함.


산불 진압 vs 산불 예방: 인공강우의 현실적 목표

현시점에서 인공강우 기술은 이미 발생한 산불을 진압하기보다는, 산불 예방 측면에서의 가능성에 더 무게가 실립니다. 즉, 건조한 산림 지역의 습도를 사전에 높여 산불 발생 가능성을 줄이는 것이 더 현실적인 활용 방안입니다. 국립기상과학원도 이 방향으로 연구를 지속하고 있으며, 인공강우 기술을 산불 예방 정책과 연계하려는 시도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해외의 사례: 중국, 미국, UAE의 공격적인 활용

인공강우는 이미 여러 나라에서 전략적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 미국은 서부의 건조한 지역에 겨울철 인공으로 눈을 뿌려, 여름철에 이를 녹여 식수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 중국은 세계 최대의 인공강우 국가로, 2019년 랴오닝성 대가뭄 당시 로켓 700발을 발사하여 최대 170mm가 넘는 폭우를 유도했습니다.
  • **아랍에미리트(UAE)**는 드론을 활용한 클라우드 시딩(구름씨 뿌리기) 기술을 통해 사막 기후 속에서도 강우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이들 국가들은 기술적 인프라뿐 아니라, 대규모 투자를 통해 기상조절 기술을 전략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아직 단 1대의 실험용 항공기로 제한적인 실험을 진행 중이며, 기상 여건과 기술력 양면에서 한계를 보이고 있습니다.

 

[표 2] 주요 국가별 인공강우 기술 비교

국가                       주요 방식                          연간 실험  횟수         기술 활용 범위               대표 사례

 

한국 항공기 통한 구름씨 살포 (염화칼슘 등) 20~30회 산불 예방, 미세먼지 대응 실험 나라호 활용, 국립기상과학원 주도
중국 로켓/항공기/드론 통한 강우 유도 500회 이상 가뭄 대응, 농업, 대기 오염 랴오닝성 가뭄 대응 700발 로켓
미국 항공기 통한 클라우드 시딩 (요오드화은) 주별 독립 운영 식수 확보, 스키장 눈 확보 로키산맥 눈 유도 실험
UAE 드론 통한 전기 자극 방식 수십 회 강수량 증가, 기후 조절 드론 전기자극 시범 성공

💡 해설: 한국은 실험 수준, 미국·중국·UAE는 실용화 중심으로 기술 운용 중.


향후 과제와 정책적 제언

한국의 인공강우 기술이 산불 예방 및 기후 위기 대응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려면 다음과 같은 중장기 과제가 필요합니다:

  1. 전문 항공기 및 장비 확충: 실험과 관측을 병행하는 다목적 항공기 대신, 인공강우 전용 항공기와 드론 체계를 갖추어야 합니다.
  2. 기상 모니터링 고도화: 구름의 종류, 수분량, 대기 흐름 등을 실시간 정밀 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3. 기상-재난 협력 체계 구축: 산림청, 소방청, 기상청 등 유관 기관 간의 긴밀한 정보 공유 및 작전 연계가 필요합니다.
  4. 장기적 R&D 투자 확대: 미국, 중국처럼 인공기상 기술을 기후 변화 대응의 핵심 기술로 인식하고, 국가 차원의 지속적 투자가 필수적입니다.

마무리: 인공강우는 기후 위기 시대의 실험실이다

인공강우 기술은 단순히 ‘비를 내리는 기술’이 아닙니다. 이는 우리가 기후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자연재해를 얼마나 과학적으로 예측하고 제어할 수 있는가에 대한 중요한 시험대입니다. 특히 산불과 같은 재난 대응에서 인공강우의 가능성과 한계를 명확히 인식하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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