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잊힌 것 같지만 몇 해전만 해도 라돈으로 한참 시끄러웠다. 라돈 침대, 라돈 매트리스, 라돈 부엌, 라돈 침실 등 라돈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그런데 어떤 물질이나 사회현상은 항상 양면성이 있기 마련이다. 보는 시각에 따라서 혹은 사용자에 따라서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한다.
세계에서 가장 위험하다는 급성 독성물질인 비소(As)만 하더라도 극히 소량은 치료약으로 사용되지만 일정 농도를 넘기면 아주 위험한 독성물질이다. 그런데 우리는 비소가 위험하다고만 생각하지 치료적 효능은 알지도 못한다. 라돈도 마찬가지이다. 라돈은 방사성 물질로 노출정도에 따라 도움이 되기도 하고 유해하기도 하다. 우리가 진단과 치료에 사용하는 X선도 유용하기도 하고 또 위험하기도 한 것처럼 말이다. 여기서 소위 침묵의 살인자라는 라돈에 대하여 알아본다.
라돈이란
라돈(222Rn)은 원자번호 86번 원자량 222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무색무취의 방사성 불활성기체이다. 라돈은 주로 방사성물질인 우라늄(238U)이 붕괴되어 라듐(226Ra)이 되고 다시 이것이 붕괴되어 생기는 것이다. 원자번호 88번 라듐은 퀴리부부가 발견한 방사성 원소이며 붕괴되면 라돈이 된다. 라돈은 방사성 붕괴를 하면서 폴로늄(218Po)이 된다. 이때 α선을 방출한다. 알파선은 방사선의 일종이며 알파입자라고도 한다. 중성자 2개 양성자 2개로 구성된다. 알파선은 종이 한 장도 뚫지 못할 정도로 투과력이 약하고 공기 중에도 수 cm까지 못 간다. 그러나 흡입을 통해 인체 속으로 들어가면 아주 가까이 있는 세포를 파괴한다. 이게 무섭다.
라돈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며 담배 다음으로 가장 큰 폐암의 원인이다. X선 촬영, 암치료 등은 인공방사선이지만 자연상에 노출되는 자연방사선중에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데도 폐암이 발생하는 경우 라돈의 영향을 생각할 수 있다.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도 이 자연발생 라돈에 대한 염려는 굉장히 크다. 그래서 미국 전역에 걸쳐서 자연발생 라돈의 지도(토양 내 라돈 및 지하수 라돈)를 만들어 관리한다. 인공적인 방사선의 경우 사람이 X레이를 찍지 않거나 방사성폐기물저장소 등을 피하면 노출을 방지할 수 있다. 그러나 자연방사선의 경우 어디에 있는지 잘 알지도 못하고 부지불식간에 노출되므로 불안감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라돈이 우리 생활 속 어디에 노출의 가능성이 있는지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래야 불필요하게 라돈으로 인한 피해를 방지할 수 있다.
지하수내 라돈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라돈은 자연발생적으로 생기는 방사성 가스 물질이다. 그리고 우라늄과 라듐의 연속적인 붕괴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이 라돈의 모원소에 해당하는 우라늄이 많은 곳이 라돈이 많을 가능성이 높고, 또 자연적으로 지하수 속의 농도도 높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지질학적으로 화성암(특히 화강암) 지역과 변성암(특히 화강편마암) 지역에 우라늄의 농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진다. 우리나라는 대체로 서울, 경기, 강원 영서, 대전, 충북 등이 화강암과 화강편마암이 많이 나타나며 이들 지역이 대체로 라돈의 농도가 높다.
이런 이유로 환경부는 상당히 오래 전부터 이들 지역에 대한 지하수 라돈 농도를 정밀하게 분석하고 있으며 그 결과를 국민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우라늄의 농도와 라돈의 농도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히 유사한 양상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므로 이들 지역에 사는 주민들은 지하수를 사용하고 있을 경우 반드시 라돈의 농도에 대한 조사를 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환경부(한국환경공단: https://www.keco.or.kr/kr/business/research/contentsid/1602/aform.do)에서는 무료로 라돈에 대한 측정 및 저감사업을 실시하고 있으니 염려가 되는 국민들은 꼭 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주택의 라돈
사실 지하수의 라돈이 무섭기는 하지만 그것은 지하수를 사용하지 않으면 또 회피할 수 있는 위험이기도 하다. 그러나 주택의 라돈은 상당히 고민스러운 부분이다. 특히 단독주택에 사시는 분들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 단독 주택의 경우 지하실이 있는데 라돈은 공기보다 무거워 지하실에 많이 정체되어 있다. 특히 화강암이나 화강편마암 지역에 주택을 지어 사시는 분들은 지하 암석에서 라돈이 만들어져서 암석의 틈이나 주택의 균열을 타고 지하실로 침투하거나 혹은 토양 속에 있는 라돈이 주택 내부로 침투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단독주택의 주거형태가 우리보다 더 많아 이러한 라돈에 대하여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므로 단독 주택의 경우 반드시 지하실에 대한 라돈 검사가 필요하다. 그리고 가능하면 지하실의 경우 환기를 자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편 일반적인 주택의 거실이나 침실에서도 라돈의 농도가 높을 수 있다. 이 경우 주택벽면을 마감한 재료에서 라돈이 방출될 수 있다. 벽지에 우라늄 등의 광물이 포함되어 있거나 혹은 벽면 재료(모래, 자갈 등) 속에 우라늄이 함유되어 있다가 방사성 붕괴에 의해 라돈이 나오는 경우도 있으므로 이 또한 실내공기 라돈 검사를 하는 것도 필요하다.
생활용품의 라돈
한편 과거 일반 생활용품에서 라돈이 검출되어 상당히 문제가 되기도 하였다. 한때 암석으로 된 돌침대가 건강에 좋다고 하여 유행한 적이 있는데 이는 상당히 주의가 필요하다. 그 암석에 우라늄 등의 물질이 들어 있다면 천천히 라돈을 방출할 수 있다. 또한 매트리스에도 라돈을 방출하는 물질이 사용될 수 있다. 그런데 이때 문제가 되었던 라돈은 사실 우라늄에서 오는 라돈(222Rn)은 아니고 토륨에서 오는 토론(220Rn)이었다. 즉 모나자이트라는 인산염광물에 토륨이 있었는데 이게 침대 매트리스 등에 사용되었고 여기서 라돈은 라돈인데 다른 라돈 즉 일명 토론(220Rn, Thoron)이 나왔던 것이다. 이 토론이라고 좋은 것은 아니나 반감기(절반의 농도가 되는 데 걸리는 시간)가 55초로 매우 짧다. 그래서 농도가 일부 있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문제없다는 해석은 옳지 못하다.
사실 우리 주변에는 암석(광물을 포함하는)을 이용한 인테리어 용품들이 많이 있다. 화강석을 고급 건축자재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고 또 실내에 비싼 대리석 대신 화강암 조리대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특별히 라돈이 나올 곳이 없는데도 고농도 라돈이 나온다면 여러 가지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고층아파트라고 하여도 안심할 수 없다. 그동안 환경부의 조사에 의하면 저층 아파트가 아니라 상당히 고층인 아파트의 거실과 침실에서도 고농도의 라돈이 검출되었다. 이 경우 공기보다 무거운 라돈이 지하로부터 그 높은 곳까지 침투할 가능성은 전무하다. 그렇다면 그것은 바로 아파트 자체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 세심하게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지하철의 라돈
한편 서울의 지하철 역사 내에도 상당한 라돈의 농도가 검출되었다. 지하철은 지하 수 미터 혹은 지하 수십미터에 있는 시설이다. 그리고 역사 및 터널 주변은 암석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 암석에 우라늄 등이 있다면 당연히 라돈도 있다. 서울의 경우 거의 대부분 지역이 화강암 혹은 화강편마암 지역이다. 그러니 환기가 좋지 못한 환경에서는 라돈은 다른 지역보다 더 축적될 가능성도 있다. 과거 서울대의 연구에 의하면 서울시 지하철 역사에 무시하지 못할 정도의 라돈이 검출되는 것으로 보고하였다. 라돈은 사실 원인이 되는 암석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나온다고 생각하면 그게 맞다.
라돈 저감방법
이렇게 여기 저기서 나오는 라돈을 어떻게 하면 그 영향을 줄일 것인가가 고민이다. 라돈이 지속적으로 만들어지므로 걱정이기는 하지만 사실은 그 농도가 낮아 피폭되는 양이 적다면 아주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라돈의 경우 원래의 농도가 절반으로 떨어지는 데 걸리는 시간인 반감기가 3.8일로 생각보다 길지는 않다. 그러므로 지하수의 경우 바로 사용하기보다는 양수하여 물탱크에 며칠 두었다가 사용하면 상당히 저감이 된다. 또한 개인주택 지하실의 경우 들어가기 전에 반드시 환기를 하는 것이 좋다. 아울러 저층이든 고층이든 실내공기는 미세먼지 없고 황사도 없는 화창한 날에는 자주 환기를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한국환경공단에서 전문적인 라돈 측정 및 저감 방법을 제시해 주니 염려가 되는 집은 꼭 이용해 보는 것이 좋다.
라돈의 긍정적 측면
한편 이 라돈이라는 것의 다른 측면도 있어 흥미롭다. 지금은 아니지만 목욕탕이나 온천에 가면 라돈탕이라고 적혀 있으면서 몸에 좋다고 홍보하는 경우를 본 사람도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말한 라돈이 저 라돈과 다르지 않을 것인데 어찌하여 여기서는 라돈탕에 들어가면 피부도 매끈해지고 건강에도 좋다고 하는 것일까? 사실은 매우 아이러니하고 모순적이 아닐 수 없다. 결론은 둘 다 맞다. 라돈은 해롭기도 하고 유익하기도 하다. 차이는 바로 노출량(피폭량)이다.
라돈에서 방출되는 알파선은 분명히 에너지가 있어 세포를 파괴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선량이 많지 않고 자주 노출되지 않을 경우에는 피부의 해로운 미생물 등을 제거하여 오히려 피부노화를 방지할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라돈탕에서 나오면 오히려 기분도 상쾌하고 피부가 매끈해지는 느낌을 받는 것이다. 즉 독성물질이 저농도에서 약이 되기도 하고 고농도에서 독이 되듯이 라돈도 유사한 원리이다. 흔히 우리가 예방접종을 하는 것도 저위험의 저농도의 병에 미리 노출시켜 면역력과 저항력을 키우는 것과 유사하다고 할 것이다. 라돈탕도 자주가 아닌 가끔 이용한다면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매우 흥미로우면서도 아이러니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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