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영국에서 엘리자베스 여왕을 잇는 찰스 3세 왕세자의 대관식이 있었다. 이 대관식에 미국의 질 바이든 여사, 프랑스 대통령, 캐나다, 호주 총리 등 200여 국에서 최고위 관료들이 참석했다. 이 세기의 대관식에 1700억의 돈이 들었다고 한다. 어떤 영국 국민들은 왕을 반대하여 Not My King을 외쳤다는데 21세기에 왕이라니 이런 게 필요한 것인지 궁금하기만 하다.
현재 세계에는 44개의 군주국가가 있는데 바티칸시국 교황, 일본의 천황(웃긴 짜장인 나라, 지배받는 나라도 없는데 천황은 무슨)같은 제국의 나라, 영국 같은 보통의 왕국, 그리고 규모가 조금 작은 공국으로 나뉜다. 전제군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 브루나이 같은 나라는 여전히 힘이 세고 일본, 영국과 같은 입헌군주국은 상징적인 꼭두각시인 곳도 있다.
현대의 대부분의 국가는 주권이 국민에게 있는(형식상이라도) 공화제를 채택하고 있는데 주권이 1인에게 있는 군주제 국가가 있다니 신기하기만 하다. 무척이나 흥미로운 왕이란 제도를 아직도 유지하고 있는 나라들을 살펴본다.
1️⃣ 이제는 몰락한 제국 영국왕
영국은 한때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이었다. 제국이란 한 나라가 지배적 위치에서 다른 나라를 거느리고 다스리는 형태를 말한다. 전세계에 영국의 식민지를 거느리고 있었고 지금도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등 14개국은 영국연방의 나라들이다. 흔히 UK라고 부르는 영국은 본토의 잉글랜드, 웨일스,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의 연합왕국이다. 이들은 하나의 우산 아래 있지만 각각 독특한 문화와 전통이 있다.
간단히 영국의 역사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기원 6세기 경에 켈트족이 살았으나 이후 카이사르의 로마가 브리튼 섬을 지배하였고 로마가 물러난 후 앵글로 색슨족이 지배자로 등장하고 켈트족은 웨일즈와 스코틀랜드로 밀렸났다. 9세기 초 웨식스의 왕이 잉글랜드 왕국의 기초를 다졌다. 1707년에 웨일스,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가 합친 GB(그레이트 브리튼) 왕국이 성립되었고 1800년에 아일랜드를 병합하여 GB 및 아일랜드 연합왕국(UK)이 되었다가 1922년 아일랜드 독립전쟁 결과 북아일랜드만 남은 GB 및 북아일랜드 연합왕국(UK)이 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흔히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고 부르는 대영제국(British Empire)의 시대는 1607년 13개 식민지 건설을 시작으로 하여 1997년 홍콩반환까지 지구상의 모든 대륙에 걸쳐 식민지가 있던 시대를 말하며 미국과 소련의 부상 이전에 5대양과 6개대륙을 지배한 초강대국을 일컫는다. 대영제국은 영어, 의회민주주의, 교통, 스포츠, 자본주의 및 산업혁명 등을 통해 전 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1688년 명예혁명과 1689년 권리장전을 통해 전제군주제가 폐지되고 왕권이 의회를 무시하고 권력을 행사할 수 없도록 입헌군주제 혹은 의회민주주주의가 확립되었다.
이번에 등극한 찰스 3세는 윈저왕조의 혈통으로 원래 작센코부르크고타 왕조였으나 제1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제국과 적이 되어 윈저 왕조로 개명한 것이다. 윈저 왕조의 설립자는 조지 5세(1865-1936)이며 에드워드 8세, 조지 6세, 엘리자베스 2세 그리고 지금의 찰스 3세로 이어졌다. 영국의 왕실은 실권은 없고 상징적인 존재지만 영향력은 상당하며 윈저왕가는 사랑을 받고 있는데 왕가 일원이 국민들에게 봉사, 군대, 솔선수범 등의 노력을 보이며 왕실의 비용은 대부분 왕궁과 관련된 관광지 수입으로 충당하고 있다. 이번 대관식에서 국왕체제를 구시대의 낡은 유물로 반대하는 영국 국민들이 있으나 정신적 지주, 상징적 존재로 여전히 영국과 영연방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2️⃣ 매일 사고 치는 힘 있는 태국왕
태국 왕에 대한 기사는 우리나라에서도 심심치 않게 접한다. 테국은 기원전 4000년 전부터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13세기가 되어서 수코타이 왕국이 타이인의 최초의 왕국으로 인정되며 1365년에 아유타야 왕조의 시암 왕국에 병합되었다. 아유타야 왕조는 1767년 버마의 침략으로 멸망하였다. 아유타야 왕조 멸망 후 톤부리 왕국에 이어 1782년 차크리 장군이 라마 1세로 등극하면서 차크리 왕조가 시작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태국은 영국과 프랑스 등 열강의 식민지 정책에서 유일하게 독립국을 유지한 나라이다. 1932년 절대 군주제에서 입헌군주제로 바뀌었으며 현재는 라마 10세가 군주(왕)이며 국무총리가 정부를 이끌고 있다.
최근 태국은 군주제에 대한 개혁을 원하는 국민들의 대규모 시위가 있는데 마하 와치랄롱꼰 국왕이 독일에서 호화생활을 하며 세 번의 이혼과 후궁 축출 등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런 것을 보면 지금도 태국왕은 매우 큰 힘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뉴스 등에서 보면 왕을 보거나 같이 있을 때 신하들이나 가족들이 바닥에 엎드려 있는 모습은 도저히 21세기로 느껴지지 않는 이상한 모습을 보인다. 현 국왕의 이상한 행동, 옷차림 등은 일반인들은 이해하기 힘들다. 그러나 보수적인 태국 국민들은 여전히 왕에 대한 애정과 충성을 보이고 있다. 특히 전임 라마 9세 푸미폰 국왕은 태국 국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젊은 세대와 진보세력은 군주제 개혁을 반대로 노년층과 보수세력은 전통적인 군주제의 옹호를 주장하고 있다.
3️⃣ 힘도 존경도 없는 캄보디아 왕
캄보디아는 우리에게 왕코르와트 사원으로 유명하다. 캄보디아는 고대 부남왕조(86~550년)을 시작으로 진랍왕조, 왕코르 왕조, 그리고 크메르 제국 시대로 이어진다. 이후 영토를 태국과 베트남에게 잃고 수도를 프놈펜으로 옮겼고 1863년에 프랑스 보호국이 되었다. 이후 프랑스 식민통치를 받다가 1953년에 독립하였다. 현대에 와서는 캄보디아 왕국, 크메르 공화국, 민주 캄푸치아, 캄푸치아 공화국, 캄보디아 국가를 거쳐 1993년부터 캄보디아 왕국이 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크메르 루주에 의한 백만 명 이상의 주민 학살이라는 뼈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캄보디아는 입헌군주제로 국왕이 국가원수이고 총리가 정부수반이다. 국왕은 노로돔 시하모니아고 총리는 훈센이다. 국왕은 헌법상 불가침이며 국민의 단결과 화합이 역할이다. 총리는 국회의 신임을 받아 국왕이 임명한다. 캄보디아 국왕은 국왕선출위원회에서 비밀 투표로 선출되는데 위원회에는 상원의장, 국회의장, 국회부의장, 불교 종정 등 총 9명으로 구성된다. 국왕은 앙두왕, 노로돔, 시솟왕의 후손이어야 하며 30세 이상이어야 가능하다. 현재 노로돔 시하모니 국왕은 2004년에 선출되었으며 시아누크 전 국왕의 장남이다.
대부분의 군주제 국가는 세습이지만 캄보디아는 선거군주제이며 위원회가 있다고 하여도 실세인 총리가 결정한다고 해도 무방하다. 최근 뉴스에 의하면 캄보디아에서 열리는 동남아시안게임 개막식에 국왕을 배제하고 훈센 총리가 개막식을 주재한다고 하여 힘없는 왕의 일면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국민들도 별로 존경하거나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고 알려진다.
3️⃣ 반성없는 나라 일본 국왕
일본은 지리적으로 우리와 가장 가까운 나라이면서 가장 먼 나라이기도 하다. 사실 어떤 나라도 국경을 맞대거나 가까이 있는 나라가 친한 경우는 거의 없다. 차라리 멀리 떨어져 있는 나라는 서로 간섭할 것도 다툴 것도 적다. 일본은 고대에 우리나라 특히 백제의 문화전수를 받아 발전하였다. 중세에 무사행랑과 무신정치 시기를 거치며 1868년에 메이지 유신으로 200년간의 막부체제를 청산하고 왕정복고를 통한 중앙집권체제를 확립하고 서양에 대한 개항을 통해 근대화를 추진하여 일본제국주의를 확대하였다.
일제의 만행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중국, 대만, 만주, 러시아 등 아시아 대부분의 국가가 고통을 받았으며 제2차 세계대전에서 미국의 원폭 투하로 항복한 후 얼마되지 않아 미국의 전략적 필요해 의해 그리고 한국전쟁과 베트남 전쟁을 통해 경제적으로 눈부신 발전을 하여 미국 다음으로 경제강국이 되었으나 1985년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과 일본 플라자 합의를 통해 65.7%의 엔화 절상 이후 일본의 경제는 나락으로 떨어져 어떤 처방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여전히 일제시대의 천황제를 유지하고 있다. 천황은 일본군의 발전, 식민지 확장, 제2차 세계대전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2차 세계대전 패배 후 천황의 항복 선언은 일본 국민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현재 일본 천황은 아키히토를 이어 2019년에 즉위한 나루히토 제126대 천황이다. 일본은 입헌군주제로 정치는 의회와 총리(내각)가 하고 천황은 상징적 역할에 머물고 있다. 일본 국민들 중에는 여전히 존경을 하는 사람도 있고 또는 일제 강점기 천황의 부정적 역할과 황실의 존재에 대해 부정적인 국민도 많다.
4️⃣ 석유로 막강한 사우디아라비아 국왕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은 매우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사우드가(집안)의 아라비아라는 의미로 사우디아라비아는 절대적인 전제군주국으로 1932년 이븐 사우드에 의해 건국되었다. 사우디는 하자즈, 네지드, 동부 아라비아, 서부 아라비아 4개 지역으로 구성되며 사우드 가문에 의해 국왕직이 세습된다. 극보수의 와하비즘과 수니파가 주류문화이며 석유와 천연가스 수출을 통해 벌어들인 막대한 자금으로 통치하며 메카와 메디나는 이슬람의 상징 도시이다.
사우디는 테러리즘 후원, 심각한 여성인권 침해, 엄격한 샤리아법 적용 등 악명이 높으나 현재 국왕의 아들이면서 왕세자이고 총리인 빈 살만 왕자의 개혁정치로 많은 젊은이들의 존경을 받고 있다. 빈 살만은 여성에게도 운전을 할 수 있게 하고 복장을 유연하게 하였으며 또 최근에 네옴시티 건설 계획을 내놓는 등 개혁적 행보를 하고 있다. 전제군주국으로 국왕의 권력은 막강하며 왕세자인 빈 살만도 그 재산과 권력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대단하다. 얼마 전 한국방문 시에 쟁쟁한 재벌들이 빈 살만에게 잘 보이기 위해 호텔에서 대기하고 다소곳이 앉은 모습이 그의 권력을 상상케 한다.
5️⃣ 바티칸 시국의 교황
바티칸은 카톨릭(구교)의 상징인 곳이다. 이탈리아 로마 시가지에 있는 조그만 공간이지만 하나의 나라이다. 그 독립을 인정하여 시국의 주인은 교황이다. 교황은 전 세계 로마 가톨릭의 수장이다. 바티칸 시국은 4세기 초반 기독교가 로마 제국의 인정을 받기 시작한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중세에는 로마 가톨릭 교회의 권력이 세속의 권력을 압도하였다. 교황이 세속의 왕도 파문하였다.
교황은 직무상 바티칸 시국의 국가원수이고 정부의 수반이다. 초대 교황은 베드로로 삼고 있으며 교황직은 선거군주제로 하고 있다. 비세습형의 군주제로 추기경단의 콘클라베에서 결정한다. 입법권은 5년마다 교황이 임명하는 바티칸 시국 주교회의에 있다. 교황은 바티칸 시국의 제일의 입법권, 행정권, 사업권을 행사한다. 교황의 개인 경호는 1506년부터 스위스 근위대가 맡고 있으며 경찰력으로는 국가헌병대가 있다. 현재는 2013년에 즉위한 제266대 프란치스코 교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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